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뜨겁던 햇볕 아래
까맣게 타 여윈 허수아비가
밤새 내린 비에 흠뻑 젖었다.
언제나 편한 잠이 들까?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이 폐부를 녹이는데
머리털 하나 없는 민머리에
찢기고 구멍 난 밀짚모자는
천근 밤비에 젖어 기울었으니
벗은 몸을 가리어준 도롱이로 덮고
무릎까지 물이 잠긴 외다리로
망망대해 서출(署出)까지 행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