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길용 (시인, 한국문학세상)
탐욕 가득한 뱃속 비우려 단풍 사이로 웅장한 산 바라보며 오른다.
붉은 잎 빛 받으니 산은 생기 넘치고
아기 나무 산속 곳곳에 심겨져 붉은 미소 산에 울려 퍼지고
초록이끼 바위 감싸 나무밑동 껴안고 속삭인다.
모진 비바람 이겨내고 사남매 키워낸 나무는 우뚝 서 있다.
중턱에 심겨진 돌감나무 열매 주렁주렁 매달려 산새 먹여 살리고
산뽕나무 넘어 산새들 재잘거리며 겨울 준비 분주하다.
산속 동물 나무가 베풀어준 거푸집으로 집 지어 겨울나고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 마다 욕심은 빠져나가고 오염된 마음 순화시킨다.
삼백년 넘게 산 지켜온 모과나무 몸통 은 울퉁불퉁 견고히 굵어졌다.
어디선가 딱따구리 드럼치고 바람은 은행나무 흔들어 황금 잎 뿌려준다.
원적 암에 오르니 그분이 뿌려준 햇살은 온 누리에 쏟아져 산을 덮는다.
잎은 피어나고ㅡ리드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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