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서서 묵묵부답
눈길 수평선을 향했던 그가
드넓게 펼쳐진 김제 평야를 바라보며
바다뿐만 아니라
땅도 하늘과 맞닿아 얼굴 비비고 있구나
거창하지는 않더라도 치열한 삶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그만하면 되었다
지평선 가득 추수가 끝나가고
코스모스 춤사위 속 문득 하늘에 구름 징검다리
놓는 기척 있어 올려다본다
저 고무줄 끊고 달아나는 짓궂은 태풍 있었지
가도 가도 끝없는 바다처럼
끝이 보이지 않아
끝이 보이지 않아, 두 번 속삭이더라도
다시 찾아오는 발소리 가볍게 귓가를 스친다
풍경이 풍경인 만큼 허수아비 두 팔 벌려
헤벌쭉 입 기지개 켜는 들판을
바닷가에서처럼
묵묵부답 지켜보며 서 있는 저, 홀로!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나로도 민박나라》 등, 동시집 《콩자반에는 들어가기 싫어요》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