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가고 무중력 상태로 잠을 잔다
절망을 베고 잠든 사이 꿈이 찾아온다
마음은 서쪽으로 돌아눕기도 하고
잠시 꿈밖에도 뜸 들이는 사이 어둠이
방랑하며 주변으로 몰려들다
녹아내리는 새벽녘 그리움이 서서히 동튼다
달이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이 시간
그 많던 별들이 하나둘씩 사그라진다
타인의 잠은 나뭇잎처럼 바싹 말라가고
어둠을 타고 물이 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닭이 우는 동안이라도 밤의 옷자락 스치고 싶다
긴 잠 속에서 오는 기차는 거기 머물지 않고
간이역처럼 지나가 버린다 길 잃은 잠
두리번거리는 새벽달이 으스러지고 있다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든 지난밤 모처럼 만에
잠깐이라도 꿈속 나들이를 다녀왔다
안주 없이 마신 은하수 한 잔으로 쓰디쓴 잠!
정민기 (시인, 아동문학가)
[프로필]
1987년 전남 고흥군 금산면 어전리 평지마을 출생
2008년 <무진주문학>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
2009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시 부문)
경력 '사이버 문학광장' 시·동시 주 장원 다수 / 동시 1편 월 장원<책 기타>
수상 제8회 대한민국디지털문학대상 아동문학상,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입선
지은 책으로 시집 《나로도 민박나라》 등, 동시집 《콩자반에는 들어가기 싫어요》 등
동시선집 《책 기타》, 시선집 《꽃병 하나를 차가운 땅바닥에 그렸다》
제1회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 《여가 진도여》(공저)
전남 고흥군 봉래면 신금리 원두마을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