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어렴풋하게 생각이 난다.
보일 듯 잡히지 않는
안개 속에 보이던 조그만 초가집
물레방아 소리 들리던
그 집 앞을 지날 때 보았던
수줍어 고개 숙인 모습
길게 늘인 댕기 머리에
담벼락에 그려 넣은
환하게 웃는 낯익은 얼굴
물레방아 소리 그친지 오래건만
손가락 걸어 약속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오늘도
웃는 모습으로 그렇게 지키고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