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파랗게 변한 거울 속을
지키고 있는 세월
탈색되어 일그러진 얼굴에
고칠 수 없는 긴 시간을
골동품이 된
희생할 수 없는 추억은
말갛게 세안을 하고 보니
실개천에 주름진 얼굴
뒤틀리고 얼룩진 필적처럼
엇나간 세월의 증표로
옛 약속을 새겨놓은 자리에
기다림의 언약의 꽃 한 송이 피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