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보랏빛 구절초가 피어있는 단풍길 구절양장에 어지러운 세월이여 물안개에 속 차갑게 식은 가을 햇살 따라 북촌에 살 자신다. 봉긋한 가슴 내밀어 설레게 하던 능금, 빨갛게 물들었던 가슴앓이로 하늬바람에 가풍으로 힘겨워하던 구음(口音)의 언약은 그 의미를 잃었어도 까맣게 익어가는 포도송이를 탐하던 여름 달빛 속에 박꽃을 보듬은 설익은 이슬로 세상을 품고 살려 했던 영봉(零封)을 노란 은행잎으로 갈아입히고 그리움은 또 다른 인연을 찾아 골짜기마다 불길처럼 퍼지는 향기에 구절초 꽃술에 빠진 갈지자 날갯짓으로 구절양장 세월을 부르던 구 곡(舊曲)의 단풍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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