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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11-24 23:24
추억 속의 가을낮(시)
 글쓴이 : 유용기
조회 : 1,057  

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빨갛게 살이 트는 풀무 불같이

햇살 아래 달궈진 철길을 건너면

논두렁 위에 들리던 연주 소리처럼

덜컹대는 기차 바퀴 소리로

까맣게 그슬린 가을날

 

비틀대며 꽃처럼 하얗게 피었던

억새 풀 사이로

괴물같이 달려드는 검은 소의

기적 소리를 들으며

마을로 향하여 길을 잡아들면

 

고장 난 화물열차 바퀴 소리

멈춘 사자루 둔치에

내려놓던 지친 할아범의

흙탕물에 씻은 밀짚모자 위로

워낭소리 재촉하듯 들리고

 

땅거미 짙어가는 어둑한 들길엔

짧아진 시간만큼이나 골 깊어진

어깨 위로 내려앉는 별빛

논두렁 높이만큼 쌓아놓은

추억과 뒹굴다 잠이 드는 가을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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