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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01-25 13:57
어머니 사랑해요(수필)
 글쓴이 : 류두희
조회 : 1,563  

어머니 사랑해요

 

 

류두희

 

 

나는 지난해 9월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셨다. 어머니는 87세의 고령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기는 했지만 혼자 시골집에 잘 지내셨는데 갑자기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했었다. 병원에서는 한 달이 지나자 더 이상 손쓸 게 없고 요추골절은 한참 동안 누워 지내야 하니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며 퇴원을 권유했다. 나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생각이 들어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걸 느꼈었다.

형제들이 모여 논의해 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골다공증도 심해진 상태라 잘못하면 허리를 아예 못 쓰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모두 겁을 잔뜩 먹었다. 그러다 보니 모시겠다는 사람도, 24시간 돌봐줄 사람도, 대소변을 받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쉽게 결정할 수 없어 고민 속에 며칠을 지냈다. 어머니를 집에 모시다가는 형제들과도, 아내와도 상처만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요양병원으로 모신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아주 긍정적이고 무던한 성품이지만, 요양병원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더 심각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요양병원에 입원할 무렵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면회가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창문 사이로 얼굴만 보거나 창문을 열고 멀리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거리두기 2단계로 접어들자 아예 면회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더욱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그 무렵 요란하게 울려대는 전화를 받으니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나에게 지금 어디에 있느냐며 여기 누워있으나 집에 누워있으나 똑같으니 집에 데려다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머니는 내일 나갈 준비하고 기다릴 테니 꼭 태우러 오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고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때론 병원에서 잘해줘 지낼 만하다고 하셔서 잘 적응하는가 싶다가도 문득 전화해서 언제까지 여기 있게 할 거냐고 물을 때는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런 날은 치매 증세가 심해지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비가 몹시 내리는 날 전화를 해서 비설거지를 해야 하니 집에 가야겠다며 빨리 태우러 오라고 했다. 이런 소리를 들을 때면 가슴이 아려오고 먹먹해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생각하면 죄스럽고 한없이 부끄럽다. 그렇지만, 언젠가 면회 갔을 때 노발대발 소리 지르는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두 딸을 본 적도 있고, 내가 집에서 모신들 더 잘 모실 수 있을까 되뇌며 위안을 삼기도 했다.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지 10개월이 되어간다. 자식으로서 직접 봉양하지 못하는 게 늘 죄송스럽고, 정든 고향집을 떠나 낯선 곳에 지내시게 하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가끔씩 주변에서 자식들이 멀쩡한데 왜 요양병원에 보낼까. 부모는 자식이 모셔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에 심한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한편으론 집에서 종일 혼자 계신 것보다는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 대여섯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고 깨끗하고 청결한 환경 속에서 매 끼니 먹을 것을 챙겨주는 것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무엇보다 골다공증으로 약해진 어머니를 전문가들이 돌봐주는 것도 더욱 마음이 놓인다.

이 세상에 나를 가장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은 어머니다. 본인이 힘든 걸 꾹 참으면서 아들을 걱정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당신이 여기에 있으면 네 마음은 놓일 거라고 했던 말도 아들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 것 같았다. 어머니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힘든 건 참을 수 있어도 자식들이 힘든 건 참기 힘든 게 어머니 마음임을 모를 리 없다.

요즘은 전화하거나 면회를 가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신다. 어머니는 요양병원에서 매 끼니 반찬도 바꿔주고 맛있게 해줘서 주는 건 모두 잘 먹는다며 아들을 안심시켜 주신다. 그런 모습을 보면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서도 혈압약 꼭 챙겨 먹고 어디 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가보라며 아프지 말고 몸조심하라며 오히려 아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어제 전화 통화한 것도, 면회를 다녀간 것도 금방 잊어버리는 알츠하이머가 조금씩 심해지는 걸 느끼면서도 한마디 말씀하시는 걸 들어보면 하나같이 자식 걱정이고 가족들 걱정이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막걸리로 끼니를 때워 늘 초췌한 몰골이었지만 지금은 제때 식사를 하고 술을 안 드시니 얼굴은 훨씬 좋아지셨다. 그리고 누워서 대소변을 받아내다가 이제는 보조기를 잡고 혼자 화장실을 다닐 정도로 건강도 호전된 모습이다.

그래도 간혹 시골집이 궁금하고 마을 사람들 안부를 묻곤 하지만 집에 데려다 달라고 하지는 않으신다. 병원 생활에 적응한 것일 수도 있고 졸라봐야 들어줄 것 같지 않으니 체념한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 병원에서 말했듯이 적응 기간이 지난 것처럼 보인다. 그곳 할머니들과 시골 이웃들처럼 친숙해졌고 매일 얼굴 마주하는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선생님들과 정도 많이 든 것 같았다. 면회를 가보면 그 선생님들과 농담하며 웃고 서로 눈짓하는 걸 보면 그곳 생활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올해 어머니 나이가 88세인데 자식들을 알아보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날들이 더욱더 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어머니와 외출도 하고 며칠 외박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드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바랄 것이 없겠다. 나는 어머니가 고령임에도 잘 견뎌주고 버텨줘서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다. 자식이 밉고 당신의 마음이 한없이 허전할진대 그럼에도 자식들 걱정해주는 어머니의 마음을 정말 사랑하고 싶다. 어머니 정말 사랑합니다.

 

 


〔프로필〕

2018년 한국문학세상 설중매문학 신인상 수상(수필부문)

2020년 노사발전재단 신중년 인생3막 우수사례 공모전 장려상

저 서   산문집 〈길은 있으리〉,〈그대 있어 내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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