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빗소리에 실려
들리는 산사의 종소리
새벽 무서리로
마른 풀잎 위로 내리고
불뚝거리던 바람결에
말갛게 허물어져 내리는
마른 꽃잎에 눈물 맺듯
아롱대는 빗방울
젊은 날의 풍경이
새하얀 모자를 쓰고
걸어가야 하는
수신(睟辰)을 생각하다.
아, 이젠 더 늙기 전에 자화상을
그려야겠다.
흉내 낼 수 없는
인생길은 되돌릴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