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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0-15 22:51
첫사랑, 얼간이
 글쓴이 : 이미희
조회 : 10,743  
풀잎에 놀던 잠자리처럼 내 곁을 뱅뱅 돌던 코찔찔이 아이가 있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눈사람 각시 만들어 내 이름을 적어놓던 꼬마 신사였지요 꽃길을 따라 나란히 학교 갈 땐 내 가방도 채어 들어주었습니다. 콧물이 풀 물 되어 빳빳해진 그 아이의 손수건이 태극기처럼 빛나 보였습니다. 키 작은 나무가 지붕으로 올라갈 때 그 아이도 부쩍 커졌습니다. 나란히 어깨를 맞추던 그날이 밀려나듯 그 아이도 점점 뒤로만 갔습니다 연유를 묻는 편지가 한 장 한 장 쓰여 매일매일 그 애의 집을 서성거렸습니다. 어둑해진 골목길을 홀로 돌아서 올 때 그 아이의 추억 배인 손수건도 태웠습니다. 강물에 싱그러운 바람이 일 때 내게도 풋풋한 새 친구가 생겼습니다 집으로 데려다 주는 나란한 어깨가 있어 더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 애와 걷던 길로 다정하게 걷고 있을 때 언덕 위에서 그 애의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얼간이의 첫사랑이 그림자를 만들며 내 귀에서 동동거렸습니다. 그 아이는 그렇게 먼발치에서 늘 내 뒤를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기엔 너무 멀어 보였습니다. 짚 태우는 냄새 같은 그리운 바람이 불면 나는 그 얼간이를 기억합니다. 지금 그 애는 어느 이의 가슴에서 코 묻은 손수건이 되어 펄럭거리고 있을까요 하늘과 땅 사이에 꽃 비가 내리던 날, 오늘은 기타를 퉁기며 부르던 얼간이의 노래가 자꾸만 소슬 소슬 들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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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5
 
 나의상태^^! 저희 할아버지께서 자주 쓰시던 소슬… 손장욱 2011-10-16 20:36      
저희 할아버지께서 자주 쓰시던 소슬이라는 표현이 이 시에서 보니까 참 감미롭네요..  
 
 나의상태^^! 어린 시절의 멋모르던 첫사랑을 노래… 황태면 2011-10-16 21:23      
어린 시절의 멋모르던 첫사랑을 노래한 느낌이네요.
추억은 항상 소중한 거죠.
감상 잘 하고 갑니다.
 
 
 나의상태^^! 감미로운 언어와 사연 그리고 그 구성… 정문택 2011-10-17 22:58      
감미로운 언어와 사연 그리고 그 구성...
진수를 보여 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나의상태^^! 감히 추억이라 생각하며 두번 세번 읖… 박민석 2011-10-18 08:39      
감히 추억이라 생각하며
두번 세번 읖조려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하게 잘 감상 하고 갑니다.
건 안 하십시요.
 
 
 나의상태^^! 정말 멋지다고해야 할까요, 눈을 감으… 김보경 2011-10-23 22:22      
정말 멋지다고해야 할까요, 눈을 감으면 금방 떠올릴 듯, 예쁜 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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