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날리는 날
한없이 에이고 쓰라린 날
낮은 곳─이곳은 회색빛
높은 곳─그곳은 옅은 푸른 빛
나는 그곳에 연을 높이 띄워 본다
애처롭다
허공 그 비인 곳에 아슬히 반짝여라
내 발밑도 아슬히 흔들려라
이제 이 실을 끊어야 한다
연을 자유롭게한다─애처롭게 한다
사금파리를 하이얀 무명실에 댄다
곧 끝날 것이다
허나 나는 차마 긋지를 못한다
이렇게 끊는 연은 대체 얼마인지
연은 대체 어디로 가는 건지
주저 앉는다
나는 긋지 못한 채 스러진다
나를 그을 듯 사금파리는 나를 죈다
일어선다
내가 놓은 건지 연이 떠난 건지
실가닥은 손에 없다
오래 전일 뿐이다
그런 것 뿐이다
하지만 연은 여지껏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은 채 있을 뿐이다
그럴 뿐이다
단지, 그럴 뿐.
연을 緣(인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