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유에프오
최승리 (시 쓰는 필명)
지붕 아래 떨어져 있던
벌집 하나를 집어든 순간,
내 앞엔 버려진 유에프오가 있었어요
금방이라도 외계인이
지붕 위에서 빗방울처럼
또르르 굴러내려 올 것 같았지요
윙윙거리며 날던 시절을 버리고
외계인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또 이 비행 물체를 어떻게 날려보내야 할까요
엔진은 녹이 슬어 볼품없고
작은 숨구멍만 촘촘하게 붙어 있었지요
난, 외계인이 될 수 없었어요
이 비행물체를 타면 저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 거라는 두려움 때문인가 봐요
호기심에 몇 번이고 들여다보기만 했어요
외계인 같은 눈빛으로 말이에요
언젠가 외계인이 찾으러 오겠지요
아마 버려진 유에프오를 고칠 연구를 하러 간 것 같아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시간 여행을 하며
기다려 봐야겠어요
밤하늘에 모래시계가 움직이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