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값 폭락
책벌레 (동시 쓰는 필명)
저 농민들 좀 봐!
소가 뭔 잘못이라고,
솟값이 내려가
고속도로로 소를 몰고 나왔는데
소고삐를 단단히 붙잡고 있잖아
우리도
저렇게 집 안에서
붙잡혀 공부만 하는 것도
지겨운데
소들은 또 얼마나 지겹겠니?
우리처럼
풀밭에서 뛰어노는 소들이
더 값이 오르지 않겠니?
너희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누굴 탓하고,
누굴 원망하는 거니?
돼지를 봐!
고삐 없이 잘 뛰어다니는 걸
신 나게 코가 떨어져라
꿀꿀,
즐거워하는걸
고속도로에서 뒹구는 소를
누가 알아보기라도 하겠니?
모두 소를 가여워하겠지
한심한 농민들아!
들판에서 뛰어노는 소가
더 튼튼하단 말이야
외양간에서 힘없이 눈을 흘기고
침만 질질 흘리는 소를
누가 쳐다보기라도 하겠니?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야
그렇다고
가여운 소들을
생각해주지 않으면
안 돼!
안쓰럽게 축 처진
저 소들의 어깨가 보인다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