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봄비와 같이 찾아온 꽃샘바람
은빛 한결 나뭇가지에
꽃봉오리 터지기만 기다린다.
햇볕 모이는 유택 아래
은빛 머릿결로
수줍어 고개 떨군 할미꽃
할아범 눈물 담아
빨갛게 떨어지는 꽃잎
어찌해 할망구를 닮았나?
생전엔 그렇게 미워했는지
잠결인 듯 사라지는 아지랑이 속에
할아범 눈물이 촛농같이 굳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