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가슴이 답답하다.
봄비로 젖었던 날이
어제인 것만 같은데
낙숫물 소리 들으며
한잔 술에 취하여
임 기다림보다
골짜기 주려 흐르던
물소리 새들 노랫소리에
더욱 애가 끓는데
밭이랑 오가며
오르던 아지랑이를
비웃듯 해 죽이는 햇볕
가슴 풀어헤친 무화과
파랗게 여물던
젖 몽우리 마름에 아파하며
불볕더위를 원망해도
울지 못하는
암매미처럼 창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