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새의 고백
바람 한 점 입에 물고 태어나
되돌아갈 길을 몰라서
지금껏 쥐라기를 맴돌고 있습니다
한 여자가 제 손을 잡았습니다
별빛 흐르는 밤하늘에서
봄비 내리는 천둥계곡에서
우린 서로의 사랑을 맨몸으로 느꼈습니다
그날 밤 나는 알았습니다
사랑한다는 건
무조건이란 걸
아무 이유 없이 그저 서로를 느끼는 거란 걸
긴 밤을 지내고 난 후
우리의 운명은 기억의 저편에서 사라져가고
사랑하기에 너무도 사랑하기에
우린 서로를 보내 주었습니다
무려 천억 광년이 흘렀습니다
온갖 죄를 지으면서 용케도 잘 살아온
그래서 바위돌에 갇혀 각혈하는 영혼
주님 용서할 수 없는
이 원죄인을 단죄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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