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방, 해녀
새벽이 어둠을 한 꺼풀 벗어내고 몸단장을 시작하는 곳
그녀는 어제의 군더더기를 스트레칭 하는 중.
아침이 조합될 때까지 한 판 또 벌이려나 보다
마디마디 물색 음질이 돌아가는 소리
머리 위로 날아다니던 바람들도 잠시 섰다
허리춤의 곡선이 음표를 곡예 하는 곳
그녀, 파도를 털어내며 춤 식사를 짓는다
자작자작 밥 익는 냄새 난다
물결이 남긴 자국 사이로
튼 살을 헤집고 나온 노래가 솟구친다
춤꾼의 한계는 한의 절정이다
춤사위의 고도를 휘감는 한 판
그것은 때로 아침이 또렷해질 때
다시 그리워지는 연정이다
안타까운 이슬이 물결로 흩어지던
오늘만 같은 오래된 그날
그녀는 속통을 다 비우고 파래졌다
희푸른 휘파람이 새 아침을 연락하는 곳
비워낸 속통이 둥글게 구를 때마다
안개를 밀고 돌아가는 어둠
웃자란 햇볕 위를 나긋나긋 춤사위 하며
그녀, 새로 짠 식단에
아침을 맛있게 놓는 중
꽃방: 울산 바닷가 동네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