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 놀던 잠자리처럼 내 곁을 뱅뱅 돌던
코찔찔이 아이가 있었습니다
눈이 내리면 눈사람 각시 만들어
내 이름을 적어놓던 꼬마 신사였지요
꽃길을 따라 나란히 학교 갈 땐
내 가방도 채어 들어주었습니다.
콧물이 풀 물 되어 빳빳해진
그 아이의 손수건이
태극기처럼 빛나 보였습니다.
키 작은 나무가 지붕으로 올라갈 때
그 아이도 부쩍 커졌습니다.
나란히 어깨를 맞추던 그날이 밀려나듯
그 아이도 점점 뒤로만 갔습니다
연유를 묻는 편지가 한 장 한 장 쓰여
매일매일 그 애의 집을 서성거렸습니다.
어둑해진 골목길을 홀로 돌아서 올 때
그 아이의 추억 배인 손수건도 태웠습니다.
강물에 싱그러운 바람이 일 때
내게도 풋풋한 새 친구가 생겼습니다
집으로 데려다 주는 나란한 어깨가 있어
더는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 애와 걷던 길로 다정하게 걷고 있을 때
언덕 위에서 그 애의 노랫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얼간이의 첫사랑이 그림자를 만들며
내 귀에서 동동거렸습니다.
그 아이는 그렇게 먼발치에서
늘 내 뒤를 걷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기엔 너무 멀어 보였습니다.
짚 태우는 냄새 같은 그리운 바람이 불면
나는 그 얼간이를 기억합니다.
지금 그 애는 어느 이의 가슴에서
코 묻은 손수건이 되어 펄럭거리고 있을까요
하늘과 땅 사이에 꽃 비가 내리던 날,
오늘은 기타를 퉁기며 부르던
얼간이의 노래가 자꾸만
소슬 소슬 들려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