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默想)
박 민 석
높은 산 꼭대기 망루에 앉아
하염없는 세상 내려다본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날들
힘겨이 걸어온 길이
저 만치 보이는 마을처럼
콕!콕!
점 하나씩 찍힌듯하다
늘 오르는 것에만
육신을 버린 탓에
허망하고 먹먹하다
하 -
세월
많은 날들 중
온전한 내 것 아닌 날 많았고
살아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바보스러운 날도 많았었다
기계처럼 버릇 된 몸으로
눈 뜨면 사람에 부딪기고
현실에서 도피하지 못하는 일상을
당연하다 는 거죽을 두른 체 살았나보다
가쁜 숨 쉬어가며
마지막이길 기도하지만
한걸음 넘어서면
다시 한 걸음
자위하고
자탄하고
분명,
내려섬은
절로 되는 듯 하고
오르는것은
흘린 땀의 무게 만큼이더라
산 꼭대기
망루에 기대앉아
온갖 망상(忘想)
바람에 실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