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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어둑한 길거리 가로등 밑에서 자기도 하고
가끔은 심심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발로 차기도 하고
가끔은 어슬렁거리는 개가 킁킁거리며 물기도 하여
찌그러지고 납작해진 볼 품없는 나지만
기억해라
나는 네가 목 마를 때 너의 목을 축여주던 존재였다
가끔은 깜깜한 서랍 안에서 의식을 잃어가고
가끔은 다른 도구에 긇혀 얼굴에 상처가 나고
가끔은 네가 학교에서 핸드폰을 걷을 때 내기 싫어
나를 대신 냈던 적이 있지만
기억해라
나는 네가 처음 나를 살 때 너의 심심함을 달래주던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