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세상=나초롱 기자) 누군가에게 쉼이 되고 위로가 될 수필집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 수필가 이강순씨가 해드림출판사에서 자신의 첫 수필집으로 펴냈다. 컬러와 양장본으로 묶은 이 수필집은, 저자가 오랫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풍경을 곁들인‘사진이 있는 에세이집’이다.
소박하고 고졸(古拙)한 저자의 수필들이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일상을 극복한 사유와 탁월한 감각은 저자의 성숙한 정서로 보인다. 단풍나무 표피처럼 군잎 없이 매끈하고, 읽고 나면 영혼이 평화로운 수필집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
유년에서 인생의 어느 시점까지, 수필가들은 영혼 깊숙이 묻혀 있는 자취소리를 꺼내, 알알이 꿰어놓기도 한다. ‘내 마음의 보석’인 셈이다. ‘소쩍새 울음’처럼 몸부림하며 닦은 이들 수필에서는, 보석의 속성인 빛이 은류하기 마련이다. 저자 가슴에서 독자 가슴으로 전이된 이 빛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 감동을 공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휴머니티의 근간인 가족은 모든 문학에서 영원한 테마이기도 하다.
석양의 노을은 지나온 삶을 위로하며 품어주는 하늘의 가슴이다. 하루든, 황혼이든 이 가슴 앞에서 받는 위안을 통해 우리는 힐링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어미 소와 새끼의 비감이,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고뇌로 비껴 스치는 이 수필이, ‘살구나무는 잘 있는지요’의 대표적 작품인‘노을’이다. 노을 속에서 비치는 처연하면서도 포근한 눈물이 가슴을 타고 은류(隱流)하는, 고운 색감의 수채화 된 수필이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감성과 정서는 있다. 하지만 그것을 붓으로 그려냈을 때, 보석처럼 반조(返照)되는 수필은 흔하지 않다. 행간 행간에서 저자의 군살 박힌 필치가 느껴지는 까닭이다. 오랫동안 간직하던 물건을 까맣게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되찾았을 때 밀려드는 기쁨 같은 것이 여기에는 있다.
독자들은 저자의 수필에 적응하는 시차가 짧을 것이다. 금세 작품과 그 정서에 친숙해진다는 뜻이다. 다른 장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수필의 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