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가을이 내게 가져다준 성적표 한 장 봄 여름, 두 계절 동안 내놓았던 수업 중에 인정받을 만큼 얻은 것 있을까? 내일이 아니기에 허투루 흘려본 것 아닌지 섭섭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는 것은 더욱 아니고 두 귀를 실체로 채우고 앉아만 있으니 겸손치 못해 교만함을 모르는 것인지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도 싶겠지 음악을 전공한 이유 하나로 예술가라 한다. 종일토록 흥얼대는 소리에 음정 하나에 오선지 음계 하나도 그릴 줄 모르면서도 동료의 작품만 헐뜯고 내 생각이 옳다 하며 선생 노릇을 하니 어쩔 수 없이 자신 있는 후렴 부분만 쉼 없이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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