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초저녁부터 내리는
장대비에 맞아
멍이 든 팔과 다리
늦가을 빗줄기 피하여
등 기대고 앉아서
들었던 무명 시인의
옛이야기를
자장가 삼아
깊은 잠이 들었고
여인들의
속음이 되어
각기 다른 길로 가던
늦가을 비에 젖은 몸
따뜻한 구 돌 위에 누워
넋두리처럼 시 한 수를 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