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기(시인/한국문학세상)
잿빛 수틀 달빛 없는
보름날 빈 둥지를
찾아드는 그림자
내어놓지 못할 미련에
덤불 위에 누워 잠든
허수아비
비루한 홑저고리
견디기 어려운 한겨울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쑥부쟁이
보랏빛 연서에 꽃향기
묻히던 그때가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