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₄용지
정문택
머나먼 나라 무더위가
찌는 듯한 인도네시아 밀림 숲
그보다 더 먼 영국 북해 바다 건너
노르웨이 핀란드 고향에서
폭풍우 거스르고 가로질러
하얀 몸 하나로 왔다.
그리도 요란히 험난히 지내온 내게
반기는 이는 미리 있었나 보다.
마음을 다 열어 심연에 빠져들고
어찌 풀어 놓을까 머릴 조아리다가
세상에 하나뿐인 가을날 금물결 같은
마음으로 고이 접어 채운다.
이거는 내 모두, 이거는 내 모두
하늘로 치솟는 콩크리트 두바이 보다는
A₄종이 한 장 넌 내 모두
풋사슴 솜털 같은
가이없는 정으로 바라다본다,
태초에 시인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