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느껴 운다.
밤
풀벌레 우는 곳에서 따라 운다.
울며 무어라 말한다.
풀벌레 우는 밤
여자애는
풀벌레와 나란히 운다.
속삭인다.
귀에, 마음에 닿기를
봄은 언제오냐고 너무 춥다고
여자애는 몇번이고 흐느낀다.
흐느낀다.
밤은 고요하고 싸늘하다.
울은 뒤 웃는다.
비웃어버린다.
여자애는 여자애가 안쓰럽다.
여자애는 여자애가 불쌍하다.
웃어버린다.
누구의 잘못인지 웃어버린다.
누가 피해자인지 웃어버린다.
누가 가해자인지 웃어버린다.
여자애는 풀벌레처럼 울다가,
이지러진 그믐달처럼 웃는다.
그리곤,
입을 다문 채
눈을 감은 채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