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月꽃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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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를 갈구하는 매혹적 위험 속
행운을 도치하는 불운한 맹목 속
불멸 못할 불멸쯤 박피한 자아로
가슴끼리 새긴 별 서로의 좌표로
미련뿐인 살갗 미련 없이 떠나려는
불꽃무늬 형질의 원초적 비단허물
역진화돼 끌려가는 반역의 외딴길엔
마음을 닮고 닳다 다친 이 별의 삶
짙푸렀던 욕망 2月 잔상에
다 떨구고
시대와 역사의 경계 영혼째 휘감기는
숙명적 불운과 불운한 숙명의 아픈 궤적쯤
비애로 키운 인연 서걱사각 성에에 에이면
21g* 불안했던 영혼 그 무게 너머 깨져간다
겹겹 그리움 꽁꽁 냉기로 부르트는 산속에는
자아와 형체 광속의 무상(無常)*에 증발시켜
가파른 산무지개 피워 올리는 오늘로의 변신
비단궤도 긴 긴 꼬리 화염(火焰)에 몸사르며
돌무덤 꽃무덤 앞산 뒷산 살얼음 낀 무덤가
원초적 형질이 구분없이 누비던 이승과 저승
세로동공 화사한 꽃뱀의 마디마다 불태운다
깊은 독샘 외딴 뱀굴 네 마음이 비켜간 거리
격렬한 가속이 치달아 새기는 광년의 포물선
너라는 중력의 곳곳에 너도 모를 그 인력에
네가 없는 이 삶 내내 이 별에 잡혀있는 난
수억 광년 기어코 돌아오겠단 혜성의 다짐 속
무한의 반대쪽 절대온도*로
어둡게 식고 있다
이 생 저 생 어디 잠시 피할 수도 없기에
불 밝힌 뱀굴의 외딴 기억만 겉돌고 있다
너라는 포물점에 고착 된 2月
산 그늘에
차갑고 매몰찬 하늘 어떤 의미로 비치면
갈라선 우리 마음 묻혀간 사건의 지평선엔
아픔까지 메마른 2月꽃뱀
해체가 시작된다
21g*
Duncan MacDougall의 1907년 가설. 영혼의 무게에 대한 주장으로
영혼이 몸을 떠나면 인체가 잃는 질량을 측정한 결과 무게가 21그램 줄었다.
무상(無常)*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멸(生滅)하여 영원하지 않은 것. 변화 속에 있는 존재의 상태를 직시한다
절대온도*
절대영도
– 273,15 °C, 우주의 온도